중·일 전쟁이 장기화되자 일본은 경제 군사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에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3국 동맹을 체결하고 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 인도차이나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그러나 일본의 인도차이나 침략은 이 지역에서 식민지를 소유하고 있던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를 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과 영국은 일본에 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철 수출을 금지했으며, 석유 수출 금지, 미국 내 일본 재산 동결, 일본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과 거부로 중국 내에서의 군사 행동을 위축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석유 봉쇄는 유전이 없어서 대부분의 석유를 미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던 일본에게 치명적인 위협이었다.일본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본은 미국에 정치적 방식으로 항복하거나, 아니면 군사적 수단으로 동남아시아의 원자재 공급원을 강점하는 전략을 택해야만 하였다. 일본의 군부 지도자들은 충돌을 확대하여 동남아시아의 자원 획득을 시도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이들은 미국과 장기전을 벌일 수는 없지만, 전쟁 초반에 큰 타격을 입히고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겠다는 계산을 하였다. 일본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관은 오래 전부터 진주만 폭격을 계획하였다. 진주만은 하와이 주 호놀룰루 서쪽 10㎞ 지점, 오아후 섬의 남쪽 해안에 있는 클로버 모양으로 인공 개조한 항만으로, 만의 입구는 좁고 내부는 넓어서 천연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 인근에는 미국 태평양 해군 기지와 공군 기지가 있었다.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아침, 진주만 기습 공격은 미국 태평양 함대와 이를 지키는 공군과 해병대를 대상으로 감행되었다. 불과 2시간에 걸친 무차별 폭격으로 태평양 함대는 8척의 전함, 10척의 기타 대형 함정, 20여 척의 소형 함정이 격침되었고, 비행기도 180여 대가 파괴되었다. 2,403명의 군인 사상자와 68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항만 내와 섬 내 대부분의 시설이 파괴되어 진주만은 6개월 동안 기능을 상실하였다. 일본 측 피해는 전투기 29대, 특수잠수정 5척, 전사자 64명에 불과하였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당시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 3척은 바다에 나가 있어서 피해를 면했고, 이 항공모함들은 그후 미국 해군의 초기 태평양 방위 체제에서 핵심이 되었다. 일본이 예고 없이 감행한 진주만 기습 공격은 미국 국민을 단결시켰고,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던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되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12월 7일을 치욕의 날로 선포한 3일 뒤 미국 의회는 전쟁을 선포했으며, 미국인들은 일본이 본토로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 전쟁 준비를 하였고, 애국심이 높아지며 군대에 자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진주만에 있는 애리조나호 기념관(USS Arizona Memorial)은 진주만 공격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애리조나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애리조나호는 공격받은 지 9분 만에 침몰하였고, 총 인명 피해 2403명 중 1177명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선체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그 위에 기념관을 만들었다. 이 기념관은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1958년에 기념관 창설을 허용해서 그로부터 3년 후에 완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