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닉슨 독트린이 발표된 이후 미·소 냉전의 완화 분위기가 서서히 동아시아와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1969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감축을 선언하엿다. 1971년에는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고, 이듬해 닉슨은 중국을 방문함으로서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러한 국제 정세에 발맞추어 남북 관계도 1970년대 들어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남북 간에 이산가족 찾기를 제안하고, 북한도 이를 수용하여 1971년 이산가족 재회를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1972년 남북한은 서로 비밀 특사를 파견하여 남한의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면담하고, 북한에서는 부주석 박성철이 남한을 방문하여 박정희 대통령과 비밀 회담을 가졌다. 

△ 7·4 남북 공동 성명 발표(1974. 7. 4.);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자주-평화 통일 원칙에 합의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당시 공동 성명 발표는 사람들에게 큰 추격을 주었다.   

그 결과 남북한 당국은 1972년 7월 4일 서울과 평양에서 7·4 남북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날 깜짝 발표된 성명은 남북한 당국이 분단 이후 통일과 관련해 발표한 최초의 공동 성명이었다. 전국은 즉각 통일에 대한 염원과 바람으로 흥분하였고,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그 중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실현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한다.

남북한은 이후 공식 대화 기구로 남북 조절 위원회를 구성하여 평화 통일을 위한 실무자 회의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남한은 인구 비례에 의한 남북한 자유 총선거를 주장한 반면, 북한은 남북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여 대화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와중에 남북한 당국은 7·4 남북 공동 성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각각 유신 체제와 사회주의 헌법을 선포하는 등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결국 북한은 유신 체제와 김대중 납치 사건 등을 이유로 남북 대화의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였다.

그러나 7·4 남북 공동 성명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정부 당국자들 간의 비밀 회담만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결이 아닌 평화 통일의 원칙을 최초로 합의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7·4 남북 공동 성명은 이후 전개되는 남북 간 통일 논의의 기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