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수영복은 오늘날의 원피스형이나 비키니와는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이 주로 입은 투피스 수영복은 보통의 드레스보다는 짧은 소매의 드레스를 레깅스 위에 입는 것이었다. 빅토리아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수영복의 크기도 작아지기 시작하였고, 가장 먼저 다리 부분부터 짧아졌다. 

1920년대의 전형적인 수영복은 무거운 모직 니트 소재의 짧은 반바지와 탱크 탑으로 남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물자 부족으로 여성의 투피스 수영복에서 허리 부분이 사라지게 되었다.

1946년 당시 미국은 태평양 마셜 제도 비키니 섬에서 원자폭탄을 투하해 핵실험을 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때의 핵실험 충격으로 비키니 섬이 두 개로 갈라졌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상하가 완전히 분리된 수영복을 개발하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투피스 수영복에 핵실험을 한 섬 이름을 따서 ‘비키니’라는 이름을 붙였다.

1946년 7월 5일, 프랑스 파리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복 대회가 열린 이날, 대회장을 가득 메운 1만여 명의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사람들 앞에 한 여성 모델이 배와 등이 훤히 드러나고 손바닥만한 천으로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무리 수영복이라도 배꼽과 허벅지를 드러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아무도 비키니 수영복의 모델이 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키니를 만든 루이 레아르는 카바레 스트립 댄서를 기용하였다고 한다.

비키니의 반응은 엇갈렸다. 영상 매체들은 호의적이었고, 사진 작가와 뉴스 영상 기사들은 정신없이 비키니 모델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로마 교황청은 부도덕하다고 비난하였으며, 이에 이탈리아와· 에스파냐, 포르투갈 등은 법적으로 수영복 사용을 금지시켰다. 소련은 ‘퇴폐적 자본주의의 또 다른 샘플’이라며 매도하였다. 비키니 출시와 함께 루이 레아르는 상표로 등록하였지만, 재정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극소수 육체파 여배우 외에는 입으려는 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5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유럽에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칸 영화제가 새로운 영화는 물론 유명 여배우들의 수영복 발표회 역할을 하면서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비키니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신은 여자를 창조하였다’에서 비키니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다. 이후 비키니는 곧 미국으로 전파되어 크게 유행하였다. 1960년 브라이언 헤이텐드가 비키니를 주제로 부른 노래가 히트를 치고, 히피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비키니가 점차 대중화되었다.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비키니 모습(1953): 브리지트 바르도의 이 사진은 칸 영화제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였으며, 유럽에 비키니를 유행시킨 사진이 되었다.  

1970년대에는 신축 소재인 라이크라가 개발되면서 더욱 작고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에 (주)한국 샤크라인의 전신인 백화사가 상어표 수영복이란 브랜드로 수영복 시장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