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만큼 미국의 국가적 자원을 소모시킨 지역은 일찍이 없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출혈이 더는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너무 의존하는 나머지 지금 베트남에서 겪고 있는 그런 전쟁에 우리가 또다시 휘말리는 그런 정책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동맹국에 안보 조약의 의무는 지키겠지만 핵 공격을 제외한 외부의 공격에 대해서는 당사국이 1차적인 방위 책임을 져야 한다.”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진 존슨 정권의 뒤를 이은 닉슨 대통령은 1969년 7월 25일 아시아 순방길에 괌 섬의 앤더슨 공군 기지에서 아시아 전략의 기본 정책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아시아의 우방국들은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미국이 더 이상 베트남 전쟁처럼 우방국이 관련된 전쟁이나 분쟁에 직접쩍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이것이 나중에 ‘괌 독트린’ 또는 ‘닉슨 독트린’으로 불린 닉슨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이었다.

닉슨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견지해야 할 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미국은 우방 및 동맹국들에 대한 조약상의 의무는 지킨다.

2. 동맹국이나 기타 미국 및 기타 전체의 안보에 절대 필요한 국가의 안정에 대한 핵보유국의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

3. 핵공격 이외의 공격에 대해서는 당사국이 그 1차적 방위 책임을 져야 하고 미국은 군사 및 경제 원조만 제공한다.

4. 군사적 개입도를 줄인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정책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미 베트남 전쟁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반전 시위로 나타났고, 닉슨 역시 대선 캠페인에서 ‘명예로운 평화’를 약속한 터였다. 닉슨 대통령은 1970년 2월 국회에 보낸 외교 백서를 통해 닉슨 독트린을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 뒤 역대 정권의 세계적 기본 전략이 되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은 베트남 전쟁에 1차적으로 적용되었다. 미국은 베트남으로부터 미국 지상군을 철수시키면서 동시에 남베트남의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이와 같은 논리는 한국에도 적용되었다. 미국은 ‘한국 안보의 한국화’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결국 미국은 1971년 3월 미군 2만 명을 한반도에서 철수시켰다. 당시 주한 미군 감축은 한국 정부에 충격적이었다. 주한 미군 감축 정책은 이후로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