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을 무렵에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당시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지지하는 비밀 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입주해 있던 민주당 전국 위원회 지휘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 및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가리킨다. 이 사건의 명칭은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유래한 것이다. 

1972년 6월 17일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건물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이 건물 최하부 계단의 후미진 곳과 주차장 사이 문 위에 이상한 테이프가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테이프를 묶어 놓았다는 의심이 들자, 워싱턴 시경에 불법 침입이 일어난 사실을 통보하였다. 경찰은 도착 후 같은 호텔에 있던 미국 민주당 전국 위원회 본부 사무소에 불법 침입한 5명의 남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이 5명과 전 백악관 보좌관 E. 하워드 헌트 2세, 그리고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 법률 고문인 G. 고든 리디는 가택 침입죄와 도청죄로 고발되었다. 이들이 체포된 후부터 재판받을 때까지의 몇 개월 동안 닉슨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행정부의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심문 과정에서 백악관의 압력과 증인들의 위증이 드러나면서 백악관이 연루된 것이 명백해졌다. 

7명 중에서 5명은 유죄를 인정하였고, 2명은 배심원들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선거 열기 속에 사건은 잊혀졌고,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하여 몇몇 언론이 사건의 진실을 알렸지만, 선거에서는 큰 효과를 얻지 못하였다. 닉슨은 미국 대통령 역대 선거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당선되었다. 그러나 언론은 당선 이후에도 계속 이를 추적하며 발표해 나갔고, 법원도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건 전모를 밝혀 나갔다. 1973년 5월 17일,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개최되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닉슨의 선거 운동 담당자의 증언을 시작으로 닉슨 정권의 선거 방해, 정치 헌금의 부정, 수뢰, 탈세 등이 점차로 드러났다. 이에 닉슨은 1년 만에 처음으로 사건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닉슨은 이 사건은 자기에게 충성하던 부하들이 자신 모르게 한 개인적인 일이리고 변명하였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커지면서 양심 고백이 연이어 이루어졌다. 

1973년 7월 미국 정치사 최대의 정치 스캔들의 도화선이 된 결정적인 양심선언이 등장하였다. 백악관 보좌관으로 일했던 버터필드가 대통령 집무실 대화 내용이 기록된 비밀 테이프의 존재를 폭로하였다. 이에 법원은 백악관에 녹음테이프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닉슨은 국가 보안을 이유로 테이프 공개를 거부하였다. 여기에서 닉슨 행정부는 어떻게든 승소하기 위해서 법무장관-장차관-검사 등을 압력을 넣으면서 모조리 해임시키는 최악의 수를 두었다.

1974년 초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의 전 백악관 보좌관들이 기소되거나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모습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연방 하원에서도 닉슨의 탄핵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닉슨은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야당 정치인에 대한 불법 조사, 국세청을 이용한 야당 정치인 조사 등 총체적인 권력 남용의 혐의를 받게 되었다. 연방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법원에 녹음 테이프를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1974년 8월, "스모킹 건"(smoking gun; '확증'을 의미함)이라 불리는 테이프가 공개됨에 따라 의회는 완전히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닉슨은 1974년 8월 하원 사법 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 결의가 가결됨에 따라 미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소추를 받았다. 닉슨은 "이제는 국가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기반을 상실했다"고 말하면서 8월 8일 대통령직 사임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의 후임인 포드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으로 9월 8일 닉슨의 재임 기간 중의 모든 죄에 대하여 특사를 발표함으로써 워터게이트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은 의회와 최고 재판소가 그 직책을 완수함으로써 권력 분립의 중요성과 함께 민주주의의 전통이 수호되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