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 -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였다. …… 지배 계급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 전율케 하라. 공산주의 혁명으로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밖에 없으며, 그들이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오늘날에도 자주 인용되는 이 문장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동 집필한 ‘공산당 선언’이다. 23쪽짜리 팸플릿으로, 공산주의자 동맹의 국제적 강령이었으며, 19세기와 20세기 초 유럽 각국의 사회당 및 공산당의 주요 정강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1848년은 유럽 대륙을 휩쓴 경제적 불황이 원인이 되어 프랑스의 2월 혁명을 시작으로 전 유럽에 혁명이 휘몰아친 해였다. 프랑스의 2월 혁명이 성공하여 루이 필리프 정부를 무너뜨리고 임시 정부를 세운 2월 24일 이 날, 영국 런던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 ‘공산당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 선언이 발표될 당시에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하였다. 이 선언이 외국어로 번역되어 대대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한 것은 1871년 이후이며, 1917년 러시아 11월 혁명 직전에는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공산당 선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일로,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지식인층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이 ‘공산당 선언’의 논리에 근거를 둔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성립과 소멸 등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지적하였던 자본주의의 폐해는 사회주의의 승리를 확인하는 듯하였지만,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공산당 선언’도 예전의 지위를 잃었다.

그러나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비판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정치적 책자로 여겨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공산당 선언’은 지금까지 20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정치와 사회를 공부하기 위한 고전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