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은 바흐와 같은해에 독일에서 태어난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활동 무대나 관심 영역이 대조적이라 평생 한 번도 만난 일이 없었다. 바흐는 평생 교회를 위한 작품에 전념하였으며, 고향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펑범한 시민으로서 살았다.

헨델은 교회보다는 광범한 민중을 향해 음악을 썼고, 젊어서는 이탈리아에서 명성을 얻은 뒤 유럽 대륙과 영국을 왕래하면서 국제적으로 활약하였으며, 결국 영국에 귀화하여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

헨델은 당시 작센 왕국에 속했던 독일의 할레에서 성공한 외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11세 때 아버지가 죽었지만 그의 교육은 계속되었다. 그는 법학도로서 할레 대학에서 1년을 보낸 뒤 함부르크로 가 오페라 관현악단에 바이올린 연주자로 입단하여 성공하였다.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을 받아들였다.

22세되던 해 당시 유럽 음악의 중심지인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그가 그곳에서 보낸 3년간은 음악 애호가인 군주들과 추기경들 속에서 사회적 혜택을 누렸으며, 1707년에는 첫 번째 이탈리아 어 오페라인 ‘로드리고’를 작곡하여 격찬을 받았다.

헨델은 1710년 25세에 하노버 선제후의 악단 지휘자로 임명되어 1716년까지 있었지만 거의 그 자리를 비웠다. 그는 1710년 가을 휴가를 얻어 런던을 방문하였는데, 그곳에서 2주 동안에 작곡한 ‘리날도’는 그 신선하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영국 청중을 사로잡았다. 1년 뒤 헨델은 다시 휴가를 얻어 런던으로 돌아가 영국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그곳에 정착하였다.

헨델은 ‘앤 여왕의 탄생일의 송가’ 등 여러 행사의 작품을 작곡하게 되면서 앤 여왕으로부터 매년 200파운드의 연금을 받았다. 독일의 왕이었던 하노버 선제후(후에 조지 1세)가 독일로 돌아오라고 요청했으나 헨델은 거절하였다. 그 일로 한때 조지 1세의 미움을 사기도 하였다.

1714년 영국의 앤 여왕이 갑자기 사망하자 조지 1세가 영국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헨델은 1717년 여름, 템스 강에서 새 국왕의 뱃놀이 연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수상 음악'을 작곡하여 연주하였다. 조지 1세가 이 음악에 굉장히 만족하여 과거의 헨델에 대한 감정을 버리고, 앤 여왕 이상으로 헨델을 우대하였다고 한다.

1720년 왕립 음악원의 설립과 함께 헨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상연을 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왕을 비롯하여 부유한 귀족들이 후원하였다. 헨델은 그 지휘자의 한 사람으로서 임명되었고, 35세에 영국 예술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8년 동안 그는 오페라를 작곡하고 그것을 연출하면서 열심히 활약하였다.

1740년대 이후 오페라는 런던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쇠퇴기를 맞았는데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윤리관을 가진 가수들이 저속한 가사로 노래하는 이 오락 형식을 영국인들이 용납하지 못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오페라가 쇠퇴하게 되자 오라토리오가 점점 인기를 끌게 되었다.

1740년에 헨델은 합주 협주곡 작품 6과 2번째의 오르간 협주곡들을 출판하였다. 그는 오페라의 쇠퇴에 따른 변화에도 낙담하지 않고, 창작에 몰두하여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초고를 완성하여 1742년 ‘메시아’가 초연되었다.

헨델은 말년에도 여전히 대중 앞에 나가 오라토리오를 지휘하였고, 오르간으로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하여 영국 국민들에게 널리 존경받는 명사가 되었다. 헨델은 죽을 때까지 음악 활동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

1759년 4월 20일 그가 죽자 위대한 작곡가이며 한 인간으로서 세인의 존경을 받았던 위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3,000명의 군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 묘역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