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념 우표

닉슨은 1969년 1월 미국 제37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취임 직후 7월 하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닉슨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괌에서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닉슨은 미국이 기존의 공약들을 계속해서 성실히 이행할 것이며, 핵 강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모든 동맹국들을 방어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미국은 아시아 주둔 미군을 감축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감축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베트남이었다. 이후 1972년까지 미군의 전 병력이 베트남에서 철수하였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는 대신 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미국은 중국 본토에 공산 정권(1949)이 들어선 이후 중국을 적대시하였고, 이후 두 나라는 20여 년 동안 외교가 단절된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은 베트남에서 철수하더라도 아시아의 안보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는 것이 선결 요건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 소련 사이의 분쟁을 이용해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만들고자 하였다. 중국의 마오쩌둥 역시 소련에 대치하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였다. 두 지도자는 1년 전부터 제3국을 통해 물밑 접촉으로 국교 정상화를 모색해 왔지만,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였다. 그런데 2.5g의 작은 탁구공이 두 나라의 벽을 허물었다. 

1971년 3월 28일부터 4월 7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제3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일본은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을 초청하였고, 중국은 일부 관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참가하였다. 대회가 끝날 무렵 중국선수단은 미국 선수단과 상호 교류를 제안하였고, 미국이 이에 동의하면서 1971년 4월 10일 미국 선수단 15명과 기자 4명이 베이징을 공식 방문하였다, 베이징에 도착한 미국 탁구 대표단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탁구 경기를 가졌고, 이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 대한 양국의 분위기를 크게 호전시켰다. 두 나라는 상호 교환 방문 경기를 가졌는데, 이른바 ‘핑퐁 외교’였다.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길을 연 것은 헨리 키신저 외교 안보 특별보좌관이었다. 1971년 7월 파키스탄을 거쳐 7월 9일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한 헨리 키신저는 저우언라이 공산당 총리와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회담하였다. 역사적인 첫날 회담은 주로 아시아를 화제로 진행되었다. 일찍이 닉슨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희망했다는 사실을 안 저우언라이 총리는 중화 인민 공화국 정부를 대표해 닉슨 대통령이 1972년 5월 이전 적당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1971년 7월 15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날 닉슨 대통령은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통해 1972년 5월까지는 중국의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발표하였다. 미국과는 체제 경쟁, 중국과는 국경 분쟁을 겪고 있던 소련은 발표 직전까지 미ㆍ중 정상 회담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에 경악하였다  

1972년 2월 21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비롯하여 키신저 보좌관 등 14명의 방중 일행을 태운 대통령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이 베이징 공항에 도착하였다. 일행은 곧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수상 등의 중공 측 대표와 미·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상 회담에 들어갔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사상 최초의 일로, ‘죽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노쇠한 마오쩌둥 주석을 베이징에서 1시간여 동안 만났지만,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것은 저우언라이와 협상하였다.

6·25 전쟁 이후 20여 년 동안 적대해온 양국이 서로 관계 정상화를 위해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은 아시아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회담 결과 2월 27일 상하이에서 중·미 연합공보를 발표하고,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 5원칙 ① 영토와 주권의 상호 존중, ② 상호 불가침, ③상호 내정 불간섭, ④ 평등 호혜, ⑤ 평화 공존 등을 받아들였다.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는 급진적으로 발전하여 미국은 1978년 12월 중화민국(타이완)과 국교를 단절하고, 이듬해인 1979년 1월 1일 중화 인민 공화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다. 미국과 중국 수교의 물꼬를 튼 이 '핑퐁 외교''는 스포츠 교류를 통해 국가 간의 관계 개선을 이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