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절기인 우수에는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와도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봄기운이 돌기 시작함을 뜻합니다. 우수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계절적인 변화를 어휘 속에 잘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무렵에는 겨울 철새인 기러기도 북쪽으로 날아가고 풀과 나무에 싹이 트기 시작합니다.

 농한기가 끝나가는 이때에 아낙네들은 장을 담그고, 농사꾼들은 논밭두렁 태우기를 합니다. 장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정월장, 이월장, 사월장이라 부르는 데 그중에서도 우수 무렵에 담는 정월장을 최고로 여깁니다. 이는 우수 무렵이 장이 상할 염려가 적은 가장 적합한 날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논과 밭두렁에서는 쥐를 쫓기 위한 불인 쥐불을 놓았습니다. 이 쥐불은 전염병을 옮기는 들쥐를 쫓고,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막으며, 남은 재는 논밭의 거름으로 삼아 농사법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 보다 많은 수확물을 얻기 위해 행한 풍습입니다.

 우수는 정월대보름과 시기가 비슷하여 이날은 오곡밥을 해먹었습니다. 오곡밥은 곡식의 풍년을 바라는 뜻에서 여러 곡식을 섞어 지은 잡곡밥으로 ‘농사밥’이라고도 부릅니다. 특히 오곡밥은 얻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야 일꾼이 많이 생기고 풍년이 든다고 하여 여러 집이 오곡밥을 서로 나눠먹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동안 언 땅을 헤집고 들판에 새싹이 돋듯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우수는 정월에 속한 절기로 한 해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시기로 여겼습니다.